지극히 개인적인 영화후기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with_hYo 2025. 3. 18. 11:36

어느 가족 (2018)
万引き家族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키키 키린
마츠오카 마유,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관한 따뜻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님의 당시 최신작이었습니다. 해외 감독 중 최애 중 한 분인 고레에다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고 칸 영화제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일본에서 선 개봉했을 때 나도 일본에 가 먼저 관람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까지 하며 기다렸습니다.

 

 

어느 가족

그렇게 가족이 된다

혈연으로 얽혀있지 않은 한 가족이 허름한 옛 가옥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생활하는 오사무(릴리 프랭키)와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노부요(안도 사쿠라)는 마치 부부처럼 가옥의 중심에서 노후연금을 받는 하츠에(키키 키린)와 함께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가지 않는 어린 소년 쇼타(죠 카이리), 밤업소에서 일하는 고등학생 아키(마츠오카 마유)까지 총 다섯 명의 독특하고도 서로 상관없는 인물들이 한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슈퍼마켓에서 생필품을 훔쳐 가계에 보태오던 오사무와 쇼타는 어느 날 좀도둑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창문 너머 방 안에서 혼자 어둠 속에 있는 어린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이미 두 번째로 마주친 그 아이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여 오사무가 손에 든 빵을 나눠주자 아이는 빵을 얼른 받아먹습니다. 그 모습을 본 오사무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스스로를 유리(사사키 미유)라고 소개하며 어른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저녁식사를 꿋꿋이 이어가는 아이를 보며 노부요는 오사무가 한 행동은 유괴라며 저녁만 먹이고 아이를 돌려보내자고 합니다. 하지만 곧 아이의 말과 행동에서 가정폭력을 당해온 것을 알아차리고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매일 쇼타와 함께 다니며 그의 좀도둑질도 지켜보고, 노부요와 하츠에 할머니의 애정을 받으며 유리는 점차 달라집니다. 말수도 늘고 더욱 이 가족들을 따르게 됩니다.

 

 

서로를 아끼는 진짜 가족

각자의 사정으로 한 가족으로 살고 있는 그들도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합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슈퍼마켓에서 쇼타가 하는 좀도둑질을 보고 그것을 따라 하려는 유리, 쇼타는 며칠 전 '여동생에게는 시키지 마'라고 하던 문방구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 다급히 유리의 범죄를 얼버무리기 위해 오히려 자신이 물건을 훔치고 달아나면서 유리가 곤경에 처하지 않게 도와줍니다. 자신을 따라오는 슈퍼의 점원을 피해 도망치던 쇼타는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자 도로의 난간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치게 되고, 이 일로 인해 쇼타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가족이라고는 실명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밝혀지는 가족들의 속 사정을 통해 이 작품은 혈연이 아닌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는 고리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유리의 실종 직후 친모의 실종 신고와 함께 유리의 사진이 미디어에 노출된 탓에 유리는 금방 다시 친엄마에게 돌려보내지고, 수년 전 노부요의 전 남편의 살인을 함께 저질렀던 것이 밝혀진 오사무와 노부요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됩니다. 조사를 받는 도중 유리가 폭력적이고 자신의 아이를 사랑해 주지 않는 친엄마에게 다시 돌아간 것을 알게 되어 노부요는 진심으로 눈물짓습니다. 가족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경찰에게 말하며, 비록 연금을 함께 사용하긴 했으나 함께 얼굴 맞대어 살았던 하츠에 할머니와, 아기였던 시절 납치한 뒤 애정으로 키워 온 쇼타를 생각하며 경찰에게 말합니다.

'난 그 사람들을 주운 것이다. '

 

사회에서, 가정에서 버림받고 상처받은 인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줍고 주워져서 같은 공간에서 살 맞대고 살아가며 자신들을 '가족'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쇼타'에게는 자신의 실명을 붙여 키워온 오사무는 작은 맨션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전 남편 살해에 대한 죄를 오롯이 혼자 안고 가기로 한 노부요는 감옥에서, 부모를 알 수 없어 찾을 수 없는 쇼타는 보호 시설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하츠에 할머니의 죽은 남편이 바람났던 상대의 손녀인 아키는 모든 상황의 전말을 알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서로 얽히기도 어려운 인물들이 한 명 한 명 독특하게 이어져 가족을 이루어 살아왔습니다. 이 영화의 일본어 원제는 [좀도둑 가족]인데, '좀도둑질'이란 이들에게 그저 한 가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 작은 장치일 뿐이며 사실은 그 어느 가족보다도 더 사람 대 사람으로 연대하며 함께 밥을 먹는 진짜 식구(食口)로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피로 이어져있지 않을 뿐, 서로에게 애정을 안고 각자의 역할을 하며 살아온 이 가족을 보며, 진짜 가족이란 어떤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이전부터 다양한 가족 영화를 만들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 영화는 가족영화의 끝판왕(?)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가족'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개념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일본의 유명 배우인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키키 키린의 명품 연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멋진 작품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레에다 감독은 예전부터 어린아이들의 자유로운 연기를 잘 이끌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 영화에서도 쇼타와 유리를 연기한 아역들의 순수하고도 진심 어린 연기가 관객에게도 잘 전달되어 참 좋았습니다. 


나의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한 작품, 그래서 이 작품은 특별히 더 따뜻했습니다.

 

 

한 줄 리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그곳이 우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