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영화후기

영화 옥자 Okja (봉준호 감독)

with_hYo 2025. 3. 14. 21:14

옥자 (2017)
okja

감독: 봉준호
출연: 안서현 변희봉 최우식 윤제문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스티븐연, 릴리 콜린스

 
최근 봉준호감독의 신작 [미키17] 이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옥자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미키는 또 다른 '옥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옥자를 먼저 리뷰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 모두의 큰 기대 속에 개봉되었던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옥자]를 부산 영화의 전당 하늘 연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당시 무대인사에서 만난 봉준호감독은 이 극장이 옥자를 보기에 가장 좋은 극장 중 하나라고 하며
'영화는 역시 극장이죠.'라며 관객들과 장난스럽게 소통을 했습니다.
영화 관람 전 이미 칸 영화제에서의 인터뷰나 다른 영화 관계사의 인터뷰를 통해
제작 스토리 및 대략적인 영화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유전자 변형이라는 낯설고도 거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했을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영화 옥자

 

유전자 변형 프로젝트, 옥자

미국의 식품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유전자 변형 식품 프로젝트로 슈퍼 돼지가 개발되고, 이들의 양육을 위해 여러 나라의 농부를 선정하는데 그중 한국의 희봉(변희봉)의 집에서 키우게 되는 슈퍼 돼지는 10년 동안 '옥자'라는 이름으로 그의 손자인 미자(안서현)와 함께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랍니다. 각 나라에서의 10년간의 투자를 마친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투자한 돼지 중 가장 건강한 옥자를 뉴욕으로 데려와 육류 소비자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기로 하며, '슈퍼 돼지 콘테스트'를 대대적으로 개최하여 옥자를 무대 위로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지난 10년처럼 옥자와 함께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 미자는 유전자 변형으로 만들어진 옥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Animal Liberation Front(ALF) 모임의 운동가들과 함께 옥자를 미란도의 손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보태고, 미란도의 목적 하에 고통받고 있는 더 많은 다른 옥자들을 위해 그들과 맞서 싸웁니다. 하지만 결국 ALF는 미란도에 의해 강력하게 저지당하고 미자는 겨우 옥자만을 다시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이미 도축당한 수많은 다른 옥자들을 구해내거나 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고통받는 동물들과 그들을 그저 식품/돈으로만 생각하는 미란도 코퍼레이션 간의 대립을 다루며, 영화는 인간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고 추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인간은 상품화를 하기 위한 슈퍼 돼지의 성장은 또 다른 인간의 능력에 기대면서, 필요한 시기가 되었을 때는 인간에게서 슈퍼 돼지를 다시 빼앗아 가고 거침없이 살생을 저지릅니다. 또한 동물 애호가라고 자칭하며 동물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도 결국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동물의 작은 희생을 필요로 하는 역설적인 상황들을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영화 옥자

충무로 - 할리우드 연기력 천재들의 놀이터

한국, 할리우드의 많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만큼 그들이 각자 어떤 역할과 연기로 나타날지 아주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그 기대는 충분히 채워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대배우 틸다 스윈튼과 한국의 아역배우 안서현 배우가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또 다른 연기 변신을 한 틸다의 미란도 추악한 인간의 내면을 톡톡히 보여줍니다. 배우 안서현은 영화 초반 순수한 모습뿐만 아니라 후반부로 갈수록 대담해지고 활동적으로 변하는 미자의 내면을 표정과 눈빛을 통해 부족함 없이 보여줍니다. 이 두 배우 외에는 모두 비슷한 분량으로 출연하지만 각자만의 연기와 매력을 정해진 장면에서 충분히 보여줍니다. 특히 ALF의 일원이자 리더인 '제이'를 연기한 폴 다노는 가장 차분하고 추진력 있는 역할로서, 작품에서의 그만의 색과 매력을 매우 잘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폴 다노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그리고 빨간 머리로 변신해 강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 릴리 콜린스와 스티븐 연의 연기 또한 역할에 잘 스며들어 영화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 줍니다.각자 다른 연기 스타일만큼이나 다른 말투, 다른 눈빛으로 옥자를 화려하게 채워주는데, 그 화려한 연기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옥자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데 큰 요소가 되었습니다.
 
 

봉준호 X 정재일 환상의 콜라보

옥자를 기획하고 각본을 쓰고, 또 영화로 제작하면서 봉준호 감독은 어떠한 의도와 관점을 가지며 촬영해 나갔을까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 모든 감정, 시도, 노력들이 옥자에 잘 녹여진 듯해서 정말 만족스럽게 관람했습니다.


초반부의 마음 따뜻하고 훈훈한 옥자-미자의 장면들과 유쾌하고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가미된 ALF와의 장면들, 그리고 그것들을 보란 듯이 엎어버리는 후반부의 처참하고 잔혹하고 무거운 메시지들 모두 봉준호 감독이 원하는 느낌대로 잘 편집된 완성본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는 특히나 삽입된 음악들이 모두 아주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음악감독 정재일의 힘이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그 음악의 좋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면 속에서 음악을 표현하는 느낌이 굉장히 유연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그 크레딧에 함께 나오던 음악이, 마지막 장면에서 폴 다노의 등장과 함께 인물 뒤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들어가 작게 번지듯이 깔리는 연출이 세련돼 보이고 좋았습니다.

특이하고도 순수해 보이는 작품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영화감독이자 창작가인 봉준호의 작품이 무한대로 기대되는 이유는 매 작품마다 그가 말하려고 하고 부딪혀 보려고 하는 모든 도전들이 의미 있고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메시지를 담고 싶은 감독과 그 의도에 맞춰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음악감독의 환상적인 협업이 이 영화를 더욱 다채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당시 영화를 관람한 후,
'옥자'는 이 영화에서 전하려는 메시지의 한 개체일 뿐 인간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인간을 위해 사용하고 이익화 해왔는지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그 편리함과 혜택을 받아 온 같은 인간이지만, 영화를 보며 옥자를 같은 생명체로 여기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옥자라면 어땠을까,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개봉 당시엔 비현실적인 것만 같았던 옥자 탄생은 지금쯤 이 지구 어딘가에서 여전히 개발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이 개봉했습니다. 옥자를 통해 동물의 생명을 이야기하던 봉감독은 이제 더 나아가 복제된 인간의 인간성을 다루는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직 인간만을 위한 비인간적인 시도는 언젠가 사라지고 인간과 동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자비로운 길이 생기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한 줄 리뷰

미키 1~17은 말 못 하던 옥자의 환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