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영화후기

영화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

with_hYo 2025. 3. 17. 13:04

윤희에게 (2019)

Moonlight winter

감독: 임대형

출연: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개인적으로 연기 경력이 오래된 중년 배우의 연기 변신이 이렇게 멋진 작품은 이 영화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김희애의 출중한 연기는 이미 오랜 시간 많은 작품들을 봐오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신선한 시놉시스 속 신선한 연기 변신을 보여준 중년 배우는 김희애 배우가 처음입니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가 아닌

배역 그 자체로서의 매력이 한가득 담긴 작품이라

두고두고 언제든 열어보고 싶은 선물 같은 영화입니다.

 

 

엄마 마음속 비밀 서랍장

남편과 이혼하여 딸 새봄(김소혜)과 둘이서 생활하고 있는 윤희(김희애)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배달됩니다. 우연히 딸 새봄이 먼저 편지를 발견하여 내용을 읽게 되고 현재 엄마의 옛 친구가 일본에 살고 있으며 둘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고, 얼마 후 윤희도 직접 그 편지를 읽게 됩니다.

 

고3인 새봄은 조금 퉁명한 사춘기 소녀처럼 엄마와 아빠를 대하지만, 이혼한 엄마 아빠 모두에게 자신이 짐이 되지 않길 바라는 조금은 철이 든 학생입니다. 곧 대학 진학을 위해 혼자 서울로 갈 계획인 새봄은 그전에 함께 해외여행을 가보자며 윤희에게 제안합니다. 윤희 역시 사실 편지의 발신처가 신경 쓰였던 터라 여행을 위한 휴가를 주지 않는 직장을 그만두고 새봄의 의도대로 편지의 발신지인 일본 삿포로로 여행을 가게 됩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겨울, 쥰(나카무라 유코)은 아버지의 상을 치르고 문득 윤희가 떠올라 펜을 쥐게 되었으나 그 편지를 차마 한국으로 부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쥰의 고모가 그런 조카를 대신해 편지를 한국으로 보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화 윤희에게

삿포로의 봄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 태어난 쥰은 20여 년 전 한국에서 윤희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다른 이에게 말 못 할 특별한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쥰의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면서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가게 되었고 아버지의 부탁으로 고모 손에 자라게 됩니다.

 

하얀 눈이 가득 쌓인 삿포로에 윤희와 새봄 모르게 미리 도착해 있던 새봄의 남자친구 경수는 이것저것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새봄은 먼저 쥰과 함께 살고 있는 고모의 커피 가게에 들러 그들을 탐색합니다. 딸의 이런 계획을 모르는 윤희는 새봄 모르게 이른 아침 쥰의 집 앞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쥰을 마주할 용기가 부족했던 윤희는 문을 열고 나오는 쥰을 보고 재빨리 몸을 숨깁니다.

당사자인 쥰과 윤희는 서로 마주하지 못하지만 새봄의 끊임없는 도움으로 결국 어느 저녁 새봄이 삿포로의 한 장소에서 20여 년 만에 마주친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마주한 둘은 천천히 서로를 알아채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당시 윤희는 여자인 쥰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하자 어머니는 윤희는 정신병원에 보내고 쥰과의 관계를 부정합니다. 그렇게 쥰과 헤어진 이후 윤희는 오빠 친구인 전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윤희는 과거 쥰에게 이별을 고했던 시간과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했던 시절의 자신을 부끄러이 여기며, 자신을 깊숙이 숨기며 살아왔습니다. 쥰의 진심 어린 편지와 일본에서의 재회를 통해 윤희는 이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과거의 자신과 쥰을 사랑한 자신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윤희는 딸 새봄과 함께 서울로 이사하며 새로운 일터에서 미래를 그리며 이듬해 따뜻한 봄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윤희에게 새로운 봄이 찾아옵니다.

 

 

하얀 눈 가득한 화면 속 인물들

이 영화의 경우, 지난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으며 개봉 이후에도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정말 희귀한 한국 여성 퀴어 작품으로서 중년 여성 간의 사랑이자 이루지 못한 과거의 사랑을 마주하는 본격 멜로물입니다. 많은 눈과 정적이 쌓여 있는 삿포로의 마을은 전 남편, 사춘기의 딸, 그리고 지루한 일터가 있는 윤희의 동네와 대조적인 느낌을 보여주며 장소의 이동에 따라 윤희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잘 표현해 줍니다. 어린 날의 낯선 사랑을 마주하지 못하고 여태까지 죄스러운 감정처럼 그것을 숨어 안고 살아온 윤희는 늘 가슴 한편에 남겨두었던 쥰과의 꿈같은 재회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여성 퀴어라는 낯선 장르를 다루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숨겨진 의미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아름다운 미장센이 켜켜이 쌓이는 작품입니다. 먼저, 평소 엄마의 옛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새봄은, 자신은 아름다운 것만 찍는다며 줄곧 사물과 풍경만 찍습니다. 하지만 윤희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엄마인 윤희와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흰 눈 사이에서 멋지게 서서 담배를 피우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습니다.

또한, 극 중 딸의 이름인 '새봄'은 윤희에게 의미가 있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편지를 먼저 읽게 된 새봄 덕분에 윤희는 쥰이 있는 곳에 가게 되고 결국에 따뜻한 재회를 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만남을 계기로 긴 세월 속 짐 같은 마음을 털어내며 윤희는 따뜻한 새봄을 맞이하게 됩니다.

윤희의 일터 옆에 있던 기찻길과 눈에 덮여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삿포로의 기찻길, 그리고 흰 눈 가득한 삿포로를 담은 영화 속 장면들은 포근한 배경음과 함께 겨울 영화 속 윤희를 따뜻하게 담아줍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영화의 계절과 같은 겨울에 봐서 정말 좋았던 영화고,

김희애 배우의 새로우면서도 따뜻한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던 작품입니다.

 

이미 오랜 시간 큰 작품들 속 큰 역할을 해 온 김희애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것이 놀랍고도 고마웠습니다.

대배우의 신선한 연기를 볼 수 있어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참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상대 역인 나카무라 유코 배우의 담담하고도 자극 없는 연기 덕분에 두 사람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소혜 배우가 보여준 순수하고도 착한 딸의 모습이 윤희를 더욱 윤희로 만들어준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새봄이 덕분에 순수했던 첫사랑과 재회하고, 서울로 이사하여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윤희의 앞으로의 삶이 궁금해졌습니다.

 

매해 여름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생각나듯, 저에게 [윤희에게]는 매해 겨울마다 생각나는 따뜻한 난로 같은 영화입니다.

 

[윤희에게]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앞으로 더 많이 제작되길 바라며, 더 많은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기대합니다.

 

 

한 줄 리뷰

''윤희에게 만들어 따뜻한 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