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2025)
감독: 봉준호
출연: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나오키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2019년 기생충 개봉 이후 드디어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지난 주말 관람했습니다. 코로나 이전보다 관객이 많이 줄어든 극장이지만,
역시 봉준호 감독 신작에 대한 기대인지 상영관은 평소보다 가득 차 있었습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유튜브 등 매체의 홍보뿐만 아니라 예고편마저 최대한 자제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익스펜더블 (Expendable 소모품)
2050년대 지구,
친구 티모(스티븐 연)과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던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사채를 쓰게 되고 빚을 갚지 못하게 되자, 생명을 위협하는 악덕 사채업자를 피해 우주의 '익스펜더블'이라는 실험체에 자원해 지구를 도망쳐 나옵니다.
그렇게 몸을 무한 리프린트reprint할 수 있는 '익스펜더블'이 된 미키는 지구의 정치인 마샬(마크 러팔로)이 정복하려는 새 얼음 행성의 인간 적응용 실험체가 됩니다. 우주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다 손이 날아가고 몸이 부서져도 괜찮습니다, 다시 복사된 새로운 몸이 나올테니깐요. 특수 제작된 메모리 벽돌을 통해 새로운 몸에도 이전에 축적된 기억들이 유지가 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과 같이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환생의 개념이 아닌, 한번 죽으면 그 몸은 불태워져 버리고 새로운 몸이 태어나는 복제의 개념인 새로운 형태의 복제인간이 바로 미키인 것입니다.
새로운 몸에 최신 기억이 입력되어 1명의 완벽한 소모성 인간으로 살아가는 미키로 매번 재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기에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듯한 미키의 일상은 실험체로서의 삶,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와의 관계 뿐입니다.
공존불가 멀티플: 미키17 - 미키18
정치인 마샬이 얼음행성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은 그 행성에 이전부터 살고 있는 '크리퍼'라는 생명체입니다.
크리퍼란 이름도 마샬이 명명한 것일 뿐, 이름도 정체도 알 수 없지만 사실 그들이 원래 그 얼음 행성의 주인입니다. 하지만 공격성이 있고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괴생명체라는 인식으로 인해 마샬은 그들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새로운 실험을 위해 혼자 얼음 행성을 정찰하던 미키17은 크리퍼들과 마주하게 되어 죽을 뻔하지만, 그들은 왜인지 미키17을 죽이지 않고 다시 얼음땅 위로 돌려 보내줍니다. 하지만 크리퍼의 공격에 의해 미키17이 죽었다고 생각한 마샬의 연구원은 미키18을 새로 복제합니다. 그렇게 복제된 미키가 2명이 된 '멀티플' 상황이 발생합니다. 멀티플이 생길 경우, 둘 다 죽여서 처리하는 것이 룰이기에 미키17과 미키18은 서로가 서로를 죽여 생존하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을 죽이는 것에 실패합니다. 온순한 17과는 달리 공격적이고 제멋대로인 미키18은 이 상황에서 둘 다 살아 남기 위해 마샬을 죽이기로 결심합니다.
얼음행성의 진짜 방해자
어느 날 마샬은 얼음 행성에서 훔쳐 온 광물을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쇼 중 광물 속 웅크리고 있던 베이비크리퍼 2마리를 발견하게 되고, 놀라움과 두려움에 마샬의 무리는 베이비크리퍼 1마리를 잔혹하게 죽이고 1마리는 생포합니다. 그 혼란을 틈타 마샬을 죽이려 했던 미키18은 마샬의 무리에 의해 계획에 실패하고 멀티플이 된 상황을 마샬에게 들키고 맙니다.
그리고 베이비크리퍼의 죽음으로 인해 얼음 행성의 대장 크리퍼를 비롯한 모든 크리퍼들이 얼음 땅 위로 올라와 마샬의 우주부대를 감싸며 공격 태새를 갖추기 시작하는데, 마샬은 미키17과 미키18 중 하나를 이 크리퍼 종족을 말살시키기 위한 도구로 쓰고 죽이려 합니다.
죽은 베이비크리퍼에 대한 분노와 생포된 베이비크리퍼를 데려가기 위한 크리퍼 종족의 위협은 과열되고,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이전 은혜를 입었던 미키17은 대장 크리퍼에게 다가가 상황의 반전을 도모합니다. 미키17이 소통하는 동안 직접 크리퍼를 말살시키고 얼음 행성을 강력하게 통치하려는 마샬이 미키18과 함께 장갑차를 타고 크리퍼 무리 사이에 들어가 크리퍼들에게 폭탄 공격을 퍼붓습니다. 이 혼란 속 미키18이 마샬을 안고 스스로 자폭하며 마샬과 함께 죽게 됩니다. 마샬은 죽고 미키17의 소통이 성공하면서 생포했던 베이비크리퍼를 크리퍼 종족에게 돌려주며 크리퍼와의 전쟁은 끝이 납니다.
지구를 떠나 얼음 행성에서 자신의 나라를 세우려 한 마샬에게 얼음 행성의 크리퍼들은 방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샬이 오기 전부터 행성에 살고 있던 크리퍼들에게 마샬과 인간이 침략자이며 방해물입니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침략자들에 의해 종족이 희생되어 삶을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얼음행성의 방해물이자 크리퍼(creep 소름 끼치다)가 얼음 행성의 그 생명체들이 아닌, 인간이라고 말합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연기
2008년 개봉하여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트와일라잇은 로버트 패틴슨의 대표작입니다. 저는 트와일라잇과 해리포터에서의 연기 외에 그의 작품을 본 게 없었는데 이번 미키17에서의 그의 연기에 감탄했습니다.
로버트는 목소리부터 체구, 눈빛 모두 미키17 만을 위해 설정된 듯한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혹자는 할리우드판 송강호처럼 느껴졌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일정 부분 동의하게 됩니다. 큰 고민과 걱정없이 현재 삶에 만족하는 듯한 미키17의 평온한 얼굴은 마치 로버트의 원래 얼굴인 양 자연스럽고 힘빠진 걸음걸이조차 미키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재미요소 중 하나는 로버트의 연기를 감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필모그래피 속에서 [미키 17]은 꽤나 괜찮은 작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영화를 다 본 직후,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아마 '봉준호'라는 이름에 기대가 컸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어느 정도 따라온 거라 생각합니다.
미키17은 봉준호스러우면서도 봉준호스럽지 않은 '현대적 공상과학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가장 최근 개봉작이었던 '기생충'을 머리에 되새기며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 분위기에 '이거 봉준호 영화 맞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봉준호 감독이 만든 SF 미국영화가 조금 낯설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 이야기를 이끄는 미키17과 미키18의 관계성과 캐릭터 간 성격 차이가 조금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보인 미키1~17의 모습은 어느정도 최초 미키의 온순하고도 유한 성격이 크게 남아있는 복제인간들이었지만, 미키18만 돌연변이 마냥 공격적이고 이기적은 성격의 복제인간으로 그려져, 이는 극을 진행시키기 위해 조금 편한 장치로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과 동일하게 이 영화도 관객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두 미키와 마샬 부부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이 어떤 건지, 인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어떤 건지 고민하게 만들어 줍니다.
결국 미키17가 마지막 익스펜더블이 되고, 지구인은 '익스펜더블'이라는 시스템을 없애기로 합니다. 얼음 행성엔 새로운 리더가 탄생하고 그곳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복제 인간을 이용하여 순정 인간들이 살기 편한 새 행성을 꾸려나가고자 했던 인간들은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이어나갑니다. 지구가 아닌 새로운 행성에서 정착해 나가는 인간들의 역사에 어떤 새로운 일들이 생길지 궁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미 수많은 인공지능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이 발전 속에서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요?
한 줄 리뷰
옥자, 미키 17을 이은 봉준호의 다음 생명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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