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영화후기

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with_hYo 2025. 3. 14. 11:22

 

한여름의 판타지아 (2015)
A midsummer's fantasia.
감독: 장건재
출연: 김새벽 이와세 료 임형국

 

여전히 생각나는 이 영화를 첫 리뷰로 정했습니다.
묘한 분위기 그리고 한여름의 그 후텁하고 열정적인 온도가 가끔 생각납니다.

2017년 즈음 IPTV에서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인데,

영화 [최악의 하루, 2016]에 출연한 이와세 료 배우가 출연진에 있어 더욱 흥미를 갖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흑백 화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두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 번째 스토리를 풀어내는 구성의 신선한 작품입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Chapter.1 [First love, Yoshiko]

영화감독과 조감독이 함께 일본의 고조시라는 작은 마을에서 영화제작을 위해 사전답사를 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형식으로, 마을의 풍경, 소리 그리고 사람을 담고 있는 이 챕터는 전체를 흑백화면으로 연출하여 인물들의 대사와 분위기에 더욱 집중하게 합니다.


감독 태훈(임형국)과 조감독 미정(김새벽)은 시 공무원인 요스케(이와세료)와 고조시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점차 요스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더 집중해서 듣게 됩니다. 원래 꿈이 배우었던 도쿄 청년, 처음 들어간 극단에서 배우는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선 공무원 시험을 치고 지방의 작은 도시에 정착하게 됐다는 요스케.
요스케를 인터뷰한 다음 날엔 고조시의 주민인 '겐조'를 만나 여러 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오래전 문 닫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의 한 교실에서 태훈은 겐조의 첫사랑이라던 '요시코'를 초등학생 모습 그대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눈을 뜨며 꿈에서 깨어납니다.

 

밖은 아직 고조시가 주최한 불꽃놀이가 한창입니다.

 

한여름의 판타지아

Chapter.2 [Well of Sakura]

일본 시노하라시에서 만난 도쿄 청년 다케다 유스케(이와세 료)와 여행객이자 배우인 혜정(김새벽)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둘은 우연한 기회에 함께 마을의 여러 곳을 걷다 '벚꽃 우물'이란 이름의 우물에 가게 되는데 유스케가 혜정에게 그곳의 마을 전설을 들려주며 둘은 조금 가까워지게 됩니다. 유스케와 일정한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려 하는 혜정과 그런 혜정에게 점점 이끌리는 유스케의 모습은 후반부에 갈수록 짙게 나타납니다. 이른 저녁 헤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유스케의 아쉬움과 간절함이 그의 솔직한 눈빛과 명함을 건네는 손에서 알 수 있습니다.


혜정의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다음 날 재회한 두 사람은 유스케의 차로 더 많은 곳을 함께 여행하게 됩니다. 늦은 저녁 혜정의 숙소 앞에서 유스케는 불꽃놀이에 함께 가자고 초대하지만 혜정은 다시 거리를 두며 정중히 거절합니다. 다만, 혜정은 본인의 연락처를 유스케의 팔목에 적어주며 둘은 가까이 서게  되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혜정을 보내기 아쉬운 유스케는 용기 내어 혜정에게 입을 맞춥니다.


하지만 이 장면 이후 결국 혼자 불꽃축제에 간 유스케의 모습이 비춰지고, 유스케가 아닌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저녁을 보내는 혜정의 모습이 나오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벚꽃 피던 봄 한순간의 인연이었던 두 사람.

 

한여름의 판타지아 포스터한여름의 판타지아 포스터
두 가지 컨셉의 포스터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다른 듯 같은 인물&장면을 많이 나누고 있는 이 영화는,
작은 설정들과 인물들의 이름, 장소를 조금씩 다르게 하며 다른 이야기임을 분명히 합니다.


Chapter.1에서 요스케가 말하고, 미정이 태훈에게 요스케의 말을 통역하는 부분에서 관객으로 하여금 태훈과 같이 요스케의 말의 통역을 기다리게끔 하고 그 사이의 적당한 순간들도 영화의 낯선 공기를 잘 만들어 낸 듯합니다. 흑백으로 보는 일본 소도시의 풍경과 지극히 평범한 일본 청년을 담아낸 것이 무료한 듯 무료하지 않아 인물들의 대화에 더욱 집중하고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chapter.2에서는 김새벽 배우와 이와세 료 배우의 완벽하지 않은 서툰 일본어 대화들이 유쾌하면서도 날 것과 같은 현실감이 들고, 일본어 특유의 분위기에서 오는 이국적인 느낌이 한국인 관객으로서 더욱 이 영화에 빠져들게 하는 듯합니다. 갓 연애를 시작하려는 연인의 모습이 보여 가슴이 설레면서도, 그와 동시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이 싫은 듯한 혜정의 기분이 이해도 되어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잘 보여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인물의 감정, 표정, 손짓에 대해 섬세하게 담아내는 영화라, 보는 내내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듯 인물들과 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최악의 하루에서 만난 이와세 료 배우의 매력이 정말 알차게 담긴 영화입니다.

또한 각 챕터 속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분위기의 의상과 헤어스타일로도 미정과 혜정의 차이를 잘 표현한 김새벽 배우의 연기는 영화 자체의 매력을 더욱 높여줬습니다.

 

저에게는 어느 여름이든 문득 생각나는,

기분 좋은 여름 영화입니다.

 

한 줄 리뷰

그것도 이것도 모두 아, 한여름의 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