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2025)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감독: 김원석
작가: 임상춘
출연: 박보검 아이유 문소리 박해준 염혜란
김용림 나문희
각종 SNS에 이제 해외 시청자의 리액션마저 알고리즘으로 뜨는 화제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방언으로 '대단히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이 드라마는 2025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남지 않을까라고, 아직 연초인 지금이지만 감히 예상해 봅니다.
작품은 아이유, 박보검 등의 대단한 출연진뿐만 아니라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의 장편 시나리오이며,
[미생],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PD의 최신 작품입니다. 미술감독에는 박찬욱 감독과 여럿 작품을 함께하여 멋진 미장센을 펼쳐준 '류성희' 미술감독이 참여하여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지난 60년간의 한국의 신구 풍경들을 더할 나위 없이 옹골차게 담아냅니다.
화려하고 입소문 좋은 두 작감, 그리고 류성희 미술감독의 만남이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약 600억 원을 들인 투자작이라니 시나리오, 편집, 영상미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대단한 '대작'임에 틀림없습니다.
강해질 수밖에 없는 그 시절 우리 엄마들
한국전쟁 후 제주로 피난 내려간 뒤 먹고살기 위해 해녀가 된 광례(염혜란)는 제주 도동리의 제주 남자와 결혼하여 애순이(아이유)를 얻게 되지만, 남편과의 빠른 사별로 어린 딸은 시댁에 맡긴 채, 제주에서 쫓겨나지 않고 터 잡기 위해 재혼을 하게 되고 재혼한 남편과의 둘 사이에 또 다른 2명의 자식을 낳게 됩니다. 첫 자식인 애순이는 엄마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매일 엄마를 보기 위해 먼 산 길을 혼자 걸어가 엄마를 만나고 할머니댁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친할머니와 작은 아버지네에서 셋방살이하듯 눈칫밥 먹고사는 애순이가 너무나 가엽고 애가 쓰이지만, 아빠 엄마 울타리 없이 살아가야 하는 애순이의 세상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에 광례는 애순을 더욱 강하게 키우고자 합니다.
혹여 애순이가 할머니댁에서 작은 아빠부부와 할머니에게 미움받을까 노심초사하며 멀리서 애순이를 살피는 광례는 애순이에게 해녀 물질은 절대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똑똑한 애순이에게 공부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서포트해 줍니다. 집에 돈이 없다고 학교 선생님 눈 밖에 날까 염려한 광례는 없는 살림에 선생님에게 촌지까지 쥐어주며 애순이를 부탁하며 알뜰살뜰 챙긴 덕분에 애순이는 시도 잘쓰고 공부도 잘하는 문학소녀로 자랍니다.
누구보다 바다에 오래 들어가 하나라도 더 많은 해산물을 캐어 올리던 광례는 해녀의 직업병인 '숨병'(=잠수병)를 심하게 앓다 결국 자식들을 뒤로 한 채 요절하게 됩니다. 한 평생 일만하고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던 광례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애순의 친할머니(나문희)와 함께 사진관에서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고, 할머니에게 애순이만은 잘 부탁한다며 요청하고선 이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엄마라는 울타리마저 없어진 애순이는 더 이상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음을 알게 되고 엄마의 양배추밭에 양배추를 캐어다가 시장에 팔며 광례의 재혼남편과 그 아이들을 돌보며 어느덧 고등학생이 됩니다. 어릴 때부터 애순이를 짝사랑하며 따라다니던 관식(박보검)이와는 자연스럽게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가 되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광례가 세상에 남긴 애순이
애순이는 관식 모의 반대로 다른 부잣집 재혼자리에 초혼 신부로 결혼할 뻔했으나, 하늘이 맺어준 둘은 결국 결혼에 성공하게 되고, 어려운 형편이지만 사랑의 결실로 슬하에 아이 셋을 두게 됩니다. 생활이 너무 힘들고 힘든 어느 날 친할머니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애순이는 할머니가 이제껏 모은 돈이라며 배 한 척을 살 수 있는 큰돈을 받게 되고, 그 돈으로 배를 사 선장이 된 관식은 이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금명/은명/동명 이렇게 딸 하나, 아들 둘을 키우던 애순이는 어느 날 태풍 날씨에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금명이를 찾으러 간 사이, 5살 배기 동명이가 태풍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린 자식의 죽음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모두 본인 책임이라 생각하게 되는 가슴속 큰 아픔이었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을 겪게 된 애순이네는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여전히 돌봐야 할 남은 두 아이를 생각해서 애순이와 관식은 다시 한번 삶을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합니다.
광례 딸로서 목숨줄 강하고 길게 살아온 애순이는 본인처럼 강한 금명이를 똑똑하게 잘 키워내 서울대까지 보내게 됩니다. 관식과 애순도 이제 많이 늙고 예전처럼 고기가 잘 잡히지도 않아 형편도 어려워진 애순이는 금명이의 일본 유학자금을 위해 관식이 애순이를 위해 샀던 예전 광례집터의 집까지 팔고 금명이를 끝까지 뒷바라지합니다.
금명이도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 관식과 같은 다정하고 든든한 남편을 만나 자식도 낳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애순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끝없이 몸을 갉아가며 일을 해온 관식은 어느 날 원하지 않던 병을 얻게 되고, 기어코 애순을 혼자 두고 먼저 세상을 뜨게 됩니다.
남편 없이 세상에 혼자 남은 애순은 장성한 자식들의 보살핌 속에 평생의 소원이었던 시집을 내게 되고, 제주에서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는 일을 하며 편안한 여생을 보내게 됩니다.
광례부터, 애순, 금명이까지 3대에 걸친 딸의 삶을 아주 자세히 다루는 이 드라마는 마치 장편 영화를 한 편 뚝딱 보듯 16화라는 긴 이야기를 빠른 호흡과 시간의 이동을 통해 시청자의 집중력을 딱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광례의 고달팠던 삶과 애순이의 한 많은 삶을 보며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의 삶은 저러했겠구나-라고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엄마랑 같이 다시 보고 싶어 졌습니다.
염혜란 배우의 힘
극 초반 아이유, 박보검 등 화려한 배우진이 나오기 전에는 오직 광례가 이야기를 앞에서 이끌어 가는데, 이전 작품들보다 더 멋진 연기력으로 무장한 염혜란 배우가 그 역할을 200% 해냅니다.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여성, 재혼한 한량 남편 대신 아이 셋을 책임지고 키우기 위해 위험한 물질도 마다하지 않고 생계를 책임지는 시대의 여성상 같은 그의 연기에 그저 감탄이 넘칩니다. 연기를 보는 내내 연기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속 제주도민 광례씨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억세고 드세면서도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고, 내 한 몸보다 자식이 먼저인 모성애 넘치는 엄마를 연기한 염혜란 배우의 연기는 16부작을 보는 내내 눈물 흘리지 않던 저도 눈물 흘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더 글로리에서의 염혜란 배우의 연기도 정말 반했지만, 그의 커리어 중 이 작품은 상위 1% 정도가 되는 베스트 역할의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광례가 애순이를 사랑해주는 방식, 자신의 죽음 전 시어머니를 찾아가 아이를 진심으로 부탁하는 모습에서 저 시대의 어머니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을 지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된 경제적인 능력도 갖기 힘들고, 극심한 남녀차별 속에서도 제 몫 그 이상을 살아온 광례의 삶이 참 안되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고생스러운 인생이었지만 똑순이 애순이를 낳고, 살아있는 동안 애순이를 멋지게 키워낸 광례 덕분에 애순도 엄마 광례처럼 강하고 멋진 삶을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도동리 사랑꾼 관식의 헌신과 보살핌으로 애순이 마음속 엄마의 빈자리도 관식이의 사랑으로 채워졌을 애순이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한 광례의 광적인 의지, 자식을 잃고도 죽을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낸 애순, 그녀의 옆에서 묵묵히 사랑을 주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운 관식이 덕분에 광례의 일생도, 애순이의 일생도 행복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힘든 그 시절을 살아온 많은 이들이 고생 속에서 나라를 일으키고 삶을 이어 나갔을 텐데 그 시절 속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모두들 폭싹 속았수다-
서로가 있어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가 인간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 애끓음을 불필요한 꾸밈없이 잘 보여주고 있기에 수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청춘드라마이자 가족드라마인 이 드라마는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줄 리뷰
그 시절 한 많은 고생과 함께 살아내고 자식들을 키워낸 부모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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