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영화후기

나라타주 영화 출연진 줄거리

with_hYo 2025. 3. 27. 13:04

나라타주 (2017)
Narratage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출연: 마츠모토 준, 아리무라 카스미
사카구치 켄타로, 이치카와 미카코

 

나라타주(Narratage)란, 영화에서 화면이나 정경을 이중 화면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주로 주인공이 옛일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쓴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타이틀에 걸맞게, 여주인공 쿠도 이즈미(아리무라 카스미)가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연출작이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대표 아이돌이자 드라마 [고쿠센], [꽃보다 남자] 주연 역을 통해 배우로도 성공한 '마츠모토 준'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입니다. 여주인공인 아리무라 카스미는 일본을 대표하는 2030 대표 여배우이며,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주연 역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입니다. 두 배우가 한 영화에 출연하는 자체로도 큰 관심을 받은 작품이고,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2017)에서도 공개되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나라타주

인연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인연

어느 날, 대학생인 쿠도(아리무라 카스미)는 예전 고등학교의 사회과 교사이자 연극부 담당의 하야마 선생님(마츠모토 준)의 연락을 받고 하야마가 지도하는 올해의 학교 축제에서 선보일 연극을 도와주게 됩니다. 쿠도를 포함한 4명의 대학생과 현재 연극부의 고등학생들이 다 함께 축제를 준비하고 쿠도와 하야마는 아무렇지 않게 교사와 옛 제자 사이처럼 연극을 준비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평범한 사제지간 이상의 감정을 서로 안고 있습니다.


고교 시절, 친한 친구가 전학을 간 뒤로 새 학급에 어울리지 못하던 쿠도는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야마의 권유로 연극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연극부 활동 시간 외에도 매일 점심시간에 하야마의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차 하야마에게서 이성의 감정을 느낀 쿠도는 그에게 더욱 다가가고 싶으나 사제지간이라는 벽은 그저 높을 뿐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쿠도의 졸업식 날, 예상치 못하게 하야마에게 키스를 받은 쿠도는 그도 쿠도와 비슷한 마음이 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키스가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쿠도를 스쳐 지나가버리는 하야마를 보며 쿠도는 그저 혼자 삭힐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끝이 나버렸습니다. 수년이 흘러 쿠도는 대학생이 되었고, 몇 년 후 하야마의 갑작스러운 연락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하야마는 사실 쿠도가 고등학생인 시절에 이미 결혼을 한 상태였으나, 고부갈등으로 인해 정신이 불안정하여 집에 불을 지른 아내와 별거 중이었고 당시 아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떨쳐낼 수 없었기에 쿠도에 대한 마음을 애매한 상태로 유지하며 서로의 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넘어서는 안되는 선

하야마의 사정을 알게 되고 그를 이해하게 된 쿠도는 여전히 하야마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쿠도의 주변을 맴돌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함께 연극을 도와주던 대학생 오노(사카구치 켄타로)가 쿠도에게 대시하며 둘은 결국 사귀게 됩니다. 오노와 사귀는 도중에도 하야마는 이따금 쿠도에게 전화를 하며 둘의 관계에 끼어들어 방해를 합니다. 끊길 듯 끊어지지 않던 하야마와의 인연을 이어가던 쿠도는 그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사라지지 않자 결국 반년 만에 오노와 헤어지고 하야마에게 향합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이 순간이 처음이자 마지막임을 알고 난 두 사람은 하야마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마무리 짓게 됩니다. 상태가 호전된 아내의 소식을 전해 들은 하야마는 그녀를 그대로 둘 수 없고 그런 하야마를 알고 있는 쿠도도 이 관계는 언젠가 끝나야 하는 것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하야마는 쿠도에게 회종시계를 선물하고선 아내가 살고 있는 도쿄로 돌아가게 되고, 쿠도도 다시 그만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아무런 관계도 시작할 수 없었지만 서로가 존재함으로써 의지가 되고 살아갈 힘이 되었던 쿠도와 하야마, 쿠도는 힘들었던 시기를 그를 통해 이겨냈고 현재 그가 준 회중시계를 보며 그를 추억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는 과거의 과거를 떠올리고 또 과거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지금 미소 짓고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쿠도의 나레이션을 따라 그녀의 감정, 행동들을 지켜보며 매 순간 쿠도와 하야마의 표정을 읽게 됩니다. 아리무라 카스미의 연기를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애수 깊고 진정성 깊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쿠도에게 끊임없는 혼란을 주며 본인도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 마츠모토 준은 예전의 내가 알고 있던 마냥 발랄하거나 불량한 역할의 것과는 다른 아주 성숙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 내레이션 덕분에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수월했고, 감성적인 연기와 함께 캐릭터들의 솔직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하야마와 쿠도, 오노 모두 도덕적으로 좋은 인물들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도록 리드하는 캐릭터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예전의 일본 연애소설을 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읽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같은 감정을 안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함께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서로가 있어서 살 수 있었던 인물들을 그려낸 감성적인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4년 유키시다 감독이 담아냈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는 조금 다른 듯한 낮은 채도의 영상미와 화면 구도, 인물들의 불안한 감정을 표현한 연출도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라고 쉽게 말할 순 없으나, 좋은 연기들이 이어지는 괜찮은 분위기의 로맨스 영화입니다.

 

 

한 줄 리뷰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 하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의 덕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