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 2019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올리비아 콜먼,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
2013년 영국에서 제작, 방영된 드라마 [브로드처치]를 통해 올리비아 콜먼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다양한 드라마, 영화 속에서 작게 출연한 모습들을 본 적이 있어 낯은 익었지만, 브로드처치를 통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힘듦 속에서 굳건하게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모습을 보고 배우로서의 그녀의 매력에 무척이나 빠졌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올리비아는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 당시 유쾌한 수상소감과 함께 솔직하고도 꾸밈없는 배우 본캐의 모습을 보게 되어 올리비아란 사람 자체에게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 더 페이버릿은 세 여자의 강렬한 욕망을 진지한 풍자극으로 그려낸 작품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세 주연배우들의 극 중 존재감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올리비아 콜먼, 레이첼 와이즈, 엠마 스톤이 한 영화 속에 나온다는 것은 마블 어벤져스와 같은 이치인 셈이죠. 그중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받은 장본인이자 영화의 메인 캐릭터를 연기한 올리비아의 연기는 제91회 오스카 여우주연상으로 증명하듯 작품 속에서 그저 빛이 났습니다.
여왕과 그 옆에 나란히 선 야망가 둘
영화는 1700년대 영국 왕실의 여왕과 그 주변의 두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예민하고도 정치에 무능력한 늙은 여왕 앤(올리비아 콜먼)과 그 옆에서 실권을 쥐며 프랑스와의 전쟁마저 조종하는 사라(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옛 귀족 출신에서 하녀가 돼버린 애비게일(엠마 스톤)의 세 여성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사라는 앤의 가장 측근으로서 정치적인 결정은 모두 자신의 뜻대로 하며 앤의 비밀스런 성적인 파트너로서의 역할마저 자처하며 앤보다 더 강한 정치권을 잡고 있습니다. 어느 날 사라의 사촌이라며 왕실에 나타난 애비게일은 사라에게 왕실의 일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왕실의 하녀가 된 아비개일은 다리에 통풍이 온 앤 여왕에게 몰래 찧은 약초를 가져다주며 호감을 사고 자연스럽게 본인을 앤에게 인식시킵니다.
똑똑하고 야망도 있는 애비게일은 사라의 환심을 사 이윽고 앤 여왕을 가까이서 모시게 됩니다. 여왕의 측근에서 점차 더 큰 꿈을 갖게 되는 애비게일과 그것을 눈치챈 사라는 서로 자주 부딪히게 되며, 어느 날 아비개일은 사라의 독살까지 시도하게 됩니다. 아비개일에게 당한 사라는 낯선 숲 곳에서 겨우 생명을 구하고 왕실에서 멀어져 있는 사이, 애비게일은 더욱 앤의 총의를 받으며 야당의 정치권력과도 손을 잡고 귀족과 결혼하기에 이릅니다. 앤과 사라는 애비게일의 계략 속에서 서로 멀어지며 애비게일은 왕실에서 예전의 사라와 같이 그 세력을 굳혀 갑니다. 점차 몸도 약해지며 일상적인 생활도, 정치생활도 힘들어진 앤 여왕은 어느 날 자신이 잠든 사이 자신의 방에 있던 에비개일이 구두 굽으로 자신의 토끼를 짓누르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그녀의 본모습을 눈치채게 됩니다. 이후 앤 여왕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도 에비개일을 불러 그녀의 머리채를 버팀목처럼 잡으며 곧게 일어섭니다. 그렇게 앤은 야망 넘치는 애비게일에게 누가 더 위에 있는 권력자인지 강하게 확인시켜 줍니다.
익숙한 플롯 + 낯선 인물
아쉽게도 이 영화의 이야기 흐름 자체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의 모든 중심이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종래의 왕실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그림이 되었습니다. 여성 캐릭터들이 중성적인 복장을 입거나, 엽총을 들고, 말을 타기도 합니다. 유혹하는 이성 혹은 그 위의 권력자의 뺨을 때리며 본인들의 실세를 과시합니다. 또한 약하고 불행한 여주인공이 아닌, 주체적으로 권력을 쫓고 탐하고 행동하며 세상을 움직이려 하는 메인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한 국가의 여왕의 성생활까지 최측근인 여성 권력자가 채워주며 얻어내는 권력 공유을 이용하여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그림은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특히 레이첼 와이즈는 이제껏 수많은 작품 속에서 보여준 어느 캐릭터보다도 정말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앤 여왕에게 오소리 같다는 직설적인 말도, 앤의 언행에 대한 호불호도 확실히 말하며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며 가스라이팅 합니다. 반면에, 애비게일은 앤의 애정을 갖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을 하며 거짓말로 권력을 쟁취합니다. 앤을 대하는 두 야망가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서 상대에 따라 변하는 앤의 마음을 보는 점도 흥미진진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hYo Review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영화를 보며 관객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올리비아 콜먼이 보여주는 최상의 연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올리비아 콜먼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이 영화가 굳건히 서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사랑에 빠진 연기, 고통스러운 연기, 희망을 잃은 연기 등 예민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신경질적인 앤의 캐릭터를 다양한 말투와 행동을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앤 이라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지만 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이 작품 속 앤은 고스란히 올리비아가 만들어 낸 독특한 새로운 앤 여왕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시대적인 배경에 맞춰 표현되는 의상과 헤어, 왕실 내부의 연출은 중세 유럽의 화려하고 우아한 배경을 야심차게 담아냈고, 스토리라인에 맞춰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캐릭터 메이크업을 통해 곳곳의 시각적인 요소를 훌륭히 만족시켜 줍니다. 세련된 연출과 꽉 찬 연기는 극을 한 층 더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으로 풀어내고, 영국인 대배우 둘 사이에서 홀로 다른 그림체로 열연하는 미국인 배우 엠마 스톤은 미국인임을 모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영국 악센트뿐만 아니라 연기마저 이전 흥행작인 라라랜드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성숙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더 페이버릿은 연기 구멍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대작으로, 요르고스 감독의 어둡고 축축한 연출과 자극적인 이야기가 맞물려 불안정하고 노쇄한 중세시대 여왕의 말년을 극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스토리의 뒷심이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 몰아치는 전개와 세 명의 주연배우가 보여주는 꽉찬 연기가 그 허기를 모두 채워주는 작품입니다.
올리비아 콜먼, 엠마왓슨,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더더욱 적극 추천합니다.
한 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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